협주곡이란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대규모의 관현악곡을 말합니다. 음색과 음량, 스타일에 있어 대조가 되는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음악입니다. 이 경쟁하면서 협력한다는 애매한 관계는 신기하게도 협주곡의 원어에 해당하는 '콘체르토(concerto)'라는 말의 이중적인 어원에서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concertare'는 '협력하다, 조화를 이루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concertare'라는 이탈리아어 동사는 오늘날 연주회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영어의 '콘서트(concert)'의 어원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concertare'라는 단어가 라틴어에도 있는데, 이 말은 '경쟁하다' 또는 '서로 겨루다'라는 뜻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콘체르토라는 말이 이 서로 다른 두 단어 중 어느 것을 어원으로 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콘체르토라는 장르가 이 두 의미를 모두 반영하고 있음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협주곡의 탄생은 바로크 시대에 악기 제조 기술이 발달하게 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어떤 악기로 연주하든지 별 상관을 하지 않던 작곡가들이 점차 연주할 악기를 지정하여 그 악기에 어울리는 특정 양식을 개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악기별로 그 연주기법이나 음색에 맞는 관용적인 서법의 탄생을 초래하였으며, 악기의 음색이나 그 연주효과에 관한 연구를 촉진시켜 관현악법의 놀라운 발전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로크 협주곡
바로크 시대 협주곡은 작곡가들에게 음향과 악기 연주기교의 실험을 위한 중요한 매체가 되었습니다. 바로크 협주곡에는 독주 협주곡(solo concerto)와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의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독주 협주곡이란 하나의 독주악기와 전체 관현악 음향을, 합주 협주곡이란 몇 개의 악기들로 구성된 독주 악기들과 전체 관현악 음향을 대조시킨 것입니다. 이 시대 관현악은 소규모 현악합주라 할 수 있는데, 대개 제 1바이올린, 제 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비올로네, 그리고 지속저음(basso continuo)악기로 구성됩니다.
지속저음이란 베이스와 선율선을 포함하는 일종의 화성코드로 이어지는 반주로서 주고 하프시코드로 연주되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나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서 배경에 깔리듯이 울리는 하프시코드의 화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지속저음을 맡은 하프시코드 연주자들이 지휘자가 없는 소규모 오케스트라에서 박자를 끌어가는 지휘자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악보에는 지속저음이 베이스 선율과 화음기호를 나타내는 숫자로 표시되어 있어 연주자가 자유롭게 오른손으로 선율을 즉흥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숫자저음(figured bass)라고도 부릅니다.
바로크 협주곡은 빠르기와 곡의 성격에 있어 대조를 이루는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악장은 빠르고 활력이 있으며, 두 번째 악장은 느리고 서정적이고, 세 번째 악장은 다시 빠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활달한 춤곡풍의 음악입니다. 그리고 첫 악장과 마지막 막장은 리토르넬로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리토르넬로는 바로크 오페라에서 반복적인 간주 부분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후렴을 뜻하는 말입니다. 바로크 협주곡은 리토르넬로 주제가 관현악 투티로 제시된 후 독주 에피소드가 나타나고 다시 리토르넬로와 독주 에피소드와의 교대가 두 세차례 일어난 후 리토르넬로로 끝을 맺습니다.
고전주의 협주곡
고전주의 시대에는 협주곡이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 유형으로 굳어집니다. 이 시대 협주곡이 강조하는 것은 독주자의 연주 기교와 해석 능력,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음색과 극적인 구성력, 그리고 이 두 파트가 팽팽한 긴장과 대조 속에 엮어 내는 대화입니다. 여기에서 둘의 힘의 균형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전주의 협주곡은 외형상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소나타라고 할 수 있으며, 빠름-느림-빠름의 순서인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독주자가 자신의 연주 기교를 자유롭게 과시하는 것을 카덴차라고 합니다. 고전주의 시대에 카덴차는 일반적으로 즉흥 연주되었습니다. 이 시대에는 즉흥 연주가 흔했고 작곡가 자신이 독주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점차 이러한 관습이 쇠퇴하면서 작곡가들은 카덴차를 악보에 적어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전에 작곡된 협주곡에 훗날 다른 작곡가가 새로운 카덴차를 작곡해 넣기도 하며 여전히 협주곡에서 가장 자유로운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화려한 카덴차를 다 연주하면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시 자연스럽게 맞물려서 장엄한 피날레를 준비하게 됩니다.
낭만주의 협주곡과 그 이후
낭만주의 시대의 협주곡도 외형상으로는 고전주의 협주곡과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악장의 길이는 점점 길어지는 추세에 있었으니, 전체는 3악장 구조를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 면에서는 고전주의의 전통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악장과 악장의 줒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 전체는 한 악장으로 된 자유로운 환상적 협주곡 형태가 됩니다. 선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부각되었으며, 화성도 전통적인 진행에서 벗어나 매우 다채롭게 발전됩니다. 반음계적인 화성 어법이 빈번하게 사용되었으며 조성의 변화도 심했습니다.
낭만주의 협주곡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독주자의 기교가 크게 부각되었다는 것입니다. 독주자의 화려한 테크닉을 드러내기 위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듯한 부분이나, 동시에 여러 선율을 연주해야 하는 등 고난도의 기교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후 점점 더 극단적인 기교주의로 발전하게 되면서 특히 카덴차 부분에서 독주자가 어떠한 기교를 보이느냐가 많은 청중의 가장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그 결과 독주 부분이 많이 과장되기 시작하였고, 이전에는 독주자와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대등한 대화 상대의 역할을 담당하였던 오케스트라는 외형적으로 그 편성이 크게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독주자를 화려하게 보좌하는 반주의 역할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브람스의 작품들에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등이 있는데 특히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모든 협주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들 중 하나입니다. 다른 중요한 작품들에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b단조>,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b단조>, 라흐마니노프의 3곡의 피아노 협주곡이 있습니다.
또한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은 낭만주의 협주곡 중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만큼이나 자주 연주되는 협주곡입니다.
20세기에 들어서 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한 독주 협주곡은 양식적으로 매우 다채로웠습니다. 라흐마니노프처럼 20세기에 살면서도 낭만주의 음악을 추구한 작곡가가 있는가 하면, 쇤베르크와 라벨, 바르토크,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에프 등 많은 작곡가들은 악기의 새로운 음향의 가능성을 탐험하면서 협주곡이 갖는 오케스트라와의 균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 글라주노프의 <알토 색소폰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현 협주곡>, 본 윌리엄스의 <튜바 협주곡>, 스트라빈스키의 <에보니 협주곡>,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즈 협주곡> 등 색소폰과 튜바, 재즈 클라리넷, 기타 등 특수한 악기들과의 협주곡들도 많이 작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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