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오페라- 6) 낭만주의 오페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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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 -오페라- 6) 낭만주의 오페라 -2

by auftakt 202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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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독일의 오페라와 민족주의 오페라로 대변되는 러시아의 오페라를 알아보겠습니다.

오페라의 종주국인 이탈리아처럼 전통이 있진 않지만 위대한 작곡가들의 아름다운 작품이 많이 있습니다.

독일 오페라

독일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오페라의 전통이 없었습니다. 낭만주의 독일 오페라의 직접적인 조상은 가볍고 희극적이며 노래가 나오지만 대화를 이어가는 징슈필(Singspiel)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독일에서 최초로 낭만주의 오페라 전통을 세운 작곡가는 베버(Carl Maria von Weber)입니다. 그의 유명한 오페라 <마탄의 사수>(Der Freischutz)는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악마, 영혼 거래, 구원 같은 영적이고 비현실적인 문제를 다룬 독일 특유의 민속적인 작품입니다. 이렇게 베버가 이룩한 독일 오페라의 전통은 바그너에게 계승되어 오페라에 있어 독일의 위상을 이탈리아의 그것과 맞먹는 위치로 격상시켰습니다.

 

바그너는 단순히 대본에다 음악을 붙이는 수준을 넘어 음악과 연극, 무용과 미술이 완전히 통합된 새로운 형태의 '종합예술작품(Gesamtkunstwerk)'을 구현하려 했습니다. 즉 그의 오페라에서는 가사와 음악, 무대장치, 무용 동작이 모두 긴밀하게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이들이 극적 목적을 위해 함께 작용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각 막에 걸쳐 음악이 중단되지 않으며, 장면과 긴밀하게 얽히면서 연속적으로 흐르게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바그너는 음악은 물론 대본까지 직접 쓰고 음악이 레치타티보나 아리아에 의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을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중간 격인 아리오소(arioso)로 바꾸고, 오페라의 중심을 노래에서 관현악으로 옮겼으며, 복잡한 작품에 통일성을 부여하여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라이프모티프(letimotiv)'라는 유도동기를 도입하였습니다. 라이프모티프는 극 중의 인물이나 사물, 생각 또는 자연현상 등에 부여된 일종의 음악적 표시인데, 전체 작품을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모티브는 상황이 전개되거나 인물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 원형 그대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양하게 변형되기도 합니다.

바그너는 이렇게 종합예술작품의 이상을 실현한 자신의 작품들을 오페라라는 이름 대신 '음악극(Musikdrama)'이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탄호이저>, <리엔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로엔그린> 등은 오페라로 불리지만 <니벨룽겐의 반지>4부작 이후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파르지팔> 등은 음악극이라고 불립니다.

 

바그너 오페라의 또 다른 특징은 고전적 조성을 극단적으로 해체했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같은 작품에서는 화음들이 반음계적으로 복잡하게 변하고, 끊임없이 조바꿈이 일어나며, 전통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비화성음들의 사용으로 조성 자체가 완전히 모호해집니다. 또한 바그너 오페라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처리에서도 이전의 작곡가들과 뚜렷이 구분되는데 특히 금관악기의 화려한 힘을 좋아하여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에서는 무려 8대의 혼이 등장하며 바그너 튜바라 하여 자신이 새로 금관악기를 고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바그너 오페라는 확대된 오케스트라의 음향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뚫고 자신의 목소리를 청중에게 전달할 만한 풍부한 음량을 갖춘 성악가들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발성 때문에 성악가의 수명을 단축하게 하는 경우도 발생할 만큼 바그너 오페라를 노래하기란 쉽지 않아서, 바그너 전문 가수들을 가리켜 바그네리안 소프라노나 헬덴 테너 등의 명칭으로 구별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바그너 이후 그의 음악극의 정신을 충실히 계승한 독일 작곡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입니다. 그는 모두 15편의 오페라를 작곡하였는데, 그 가운데 <살로메>(Salome)와 <엘렉트라>(Elektra)는 반음계적 화성진행이나 극적 완성도, 관현악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바그너의 영향이 뚜렷한 작품입니다.

 

이후 20세기 독일 오페라는 현대적 음악어법으로 꾸준히 작곡됩니다. 쇤베르크(Arnold Schonberg)는 12음 기법을 사용하여 <모세와 아론>(Meses und Aaron)을 작곡하였으며, 바르크(Alban Berg, 1885~1935)는 표현주의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보체크>(Wozzeck)와 <룰루>(Lulu)를 작곡하였습니다.

민족주의 오페라

19세기 말 여러 유럽 국가에서 팽배하던 민족주의 음악 정신은 오페라에서도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에서는 1836년 글링카(Michael Glinka, 1904~1957)의 애국적인 오페라 <차르를 위한 일생>을 시작으로 하여,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1839~1881)와 보로딘(Alexander Borodin, 1833~1887) 그리고 림스키-코르사코프(Nicolas Rimsky-Korsakov, 1844~1908) 러시아의 '막강한 소수'로 알려진 작곡가들이 러시아 민족주의적인 오페라들을 작곡하였습니다.

무소르크스키는 러시아어의 억양을 최대한 살린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Boris Godunov), 보로딘은 <이고르 공>,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사드코>와 <금계>를 작곡했습니다. 같은 러시아 작곡가지만 차이코프스키의 <에프게니 오네긴>(Evgeny Onegin) 같은 작품은 뛰어난 걸작이지만 서유럽의 오페라 전통을 그대로 답습한 작품이므로 러시아 민족주의 오페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체코에서는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가 민족적 특징을 담은 주제와 민속음악 풍의 선율, 그리고 민중 춤의 리듬이 뚜렷이 드러나는 오페라<팔려간 신부>를 작곡하였습니다. 스페인의 파야(Manuel de Falla, 1876~1946)가 작곡한 <짧은 인생>(La vida breve) 역시 스페인의 민속선율과 리듬이 생동하는 대표적인 민족주의 오페라입니다.

 

한편 20세기 미국에서 작곡된 거쉰(George Gershwin, 1898~1937)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는 이들 작품과는 문화적, 역사적 맥락이 다르지만 재즈의 특성을 잘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미국식 민족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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