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춤음악- 3) 민속 춤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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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 -춤음악- 3) 민속 춤곡

by auftakt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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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보이지 않는 춤이며 춤은 소리 없는 음악"이라거나 "춤은 움직이는 음악"이라는 비유는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게나 공통된 것입니다. 유럽에서 춤의 역사는 15세기 문화의 절충과 상호작용으로 새로운 춤을 양산하고 프랑스의 궁정문화와 결부되면서 바로크 모음곡으로 양식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춤곡들은 오페라나 발레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각 나라마다 독특한 민속 춤곡이 예술 음악의 옷을 입고 등장하며, 그 선두 주자는 오스트리아의 왈츠였습니다.

빈 왈츠

오스트리아 빈은 단순한 도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이 이곳을 활동 무대로 삼아 고전주의 음악을 꽃피우던 18세기 후반부터 빈은 유럽에서 '음악'과 동일시되는 도시가 됩니다. 빈의 거리에는 거지들도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읊조린다는 농담처럼 도시 전체가 200년 가까이 '음악도시'로서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매년 1월 1일 새벽 0시가 되면 슈테판 대성당의 첫 종소리와 함께 빈 전역에 울려 퍼지는 첫 방송도 이러한 왈츠로 시작합니다. 거리마다 폭죽이 터지고 온 도시가 밝아오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일제히 들고 있던 샴페인을 터뜨리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현재도 왈츠를 추는 관습은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해마다 1월 1일 11시가 되면 빈의 뮤직 페라인 황금 홀에서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가 열립니다. 빈 필의 신년 음악회는 1939년 12월 31일 나치의 억압 속에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휘자 클레멘스 클라우스가 마련한 '제1회 요한 슈트라우스 음악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연주회는 1941년부터 1월 1일로 날짜를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신년 음악회의 꽃이며 하이라이트인 빈 왈츠는 18세기 독일 남부와 오스트리아 농민의 민속춤인 '렌틀러(Landler)'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랜틀러는 미뉴에트와 왈츠 사이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소박하고 단순한 화성이 특징이며 슈베르트는 이러한 렌틀러 곡을 많이 남겼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트랍 대령과 마리아 선생이 이 렌틀러 반주에 맞춰 정원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빈 왈츠'라는 명칭은 1811년에 생겼는데 1814~1815년의 빈 회의 이후에는 유럽 전역에 유행하고 모든 계층이 즐기는 춤 음악이 됩니다.

 

빈 왈츠의 첫 전성기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Johann Strauss I, 1804~1849)와 그의 파트너이자 라이벌인 라너(Josef Lanner, 1801~1843)로 대변됩니다. 그러나 빈 왈츠 특유의 느낌은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에서 정점에 달합니다. 1870년대 이후에는 <박쥐>를 포함한 16개의 오페레타를 통해 왈츠를 무대음악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후 10년간 그는 가장 성공적인 왈츠 작품들을 써내려갔는데, 대표작들로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남국의 장미>, <봄의 소리>, <예술가의 생애>, <황제 왈츠> 등이 있습니다.

민속 춤곡

19세기 민족주의의 대두는 각 나라와 민족마다 그들의 춤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독특한 음악 소재를 갈망하던 작곡가들은 시골의 농부들이 추는 춤과 집시들의 음악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는 다양한 민속 춤곡이 예술 음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780년경 헝가리에서 음악가 집시들이 가장 융성했는데, 당시 헝가리에는 1500명이 넘는 집시가 음악 분야에서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과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는 헝가리의 민속 춤곡인 베르분코시(verbunkos)와 차르다시(czardas)의 특징인 느리고 장중한 춤과 매우 빠른 춤의 강렬한 대조를 통해 동유럽의 정서를 그려냈습니다. 빈 왈츠의 작곡가들이 즐겨 만들었던 보헤미아 지방의 폴카(polka)는 1830년경에 시작하여 19세기 말에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 엄청나게 유행하였습니다.

 

헝가리와 보헤미아의 춤곡 못지않게 유럽에서 유행한 민속 춤곡 중에 폴로네즈(polonaise)와 마주르카(mazurka)등 폴란드 민속 춤곡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폴로네즈는 처음에는 노래로 춤의 반주를 삼다가 점차 상류층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궁정 반주자들이 반주하는 연주용 음악으로 발전했습니다. 텔레만이나 바흐, 모차르트가 폴로네즈가 춤곡으로 정착하는 데 기여한 작곡가들이며, 특별히 쇼팽의 피아노 작품들을 통하여 폴로네즈는 마주르카와 함께 폴란드를 대표하는 춤곡이 되었습니다.

 

바로크 모음곡에서 느리고 장중하게 연주하는 사라방드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춤곡입니다. 18세기의 볼레로(bolero) 역시 템포가 느린 3/4박자의 스페인 춤곡입니다. 대부분 캐스터네츠를 가진 한 쌍이 다양하고 복잡한 스텝을 가지고 추는데, 쇼팽과 라벨의 음악이 유명합니다. 특히 라벨의 <관현악을 위한 볼레로>는 끊임없이 작은 북이 새기는 볼레로 리듬 위로 반복적인 선율과 화음이 점차 거대한 관현악의 정점을 이뤄내는 개성적인 작품입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플라멩코와 비제의 <카르멘>에 나오는 세기디야(seguidilla)와 하바네라(habanera)는 이국적인 정취와 강렬하고 정열적인 집시 음악의 매력을 전해줍니다. 그 외의 적당한 빠르기의 3박자 춤곡인 판당고(fandango) 또한 스페인의 대표적인 민속 춤곡으로서 스카를라티와 글루크, 모차르트, 림스키 코르사코프 등 18세기와 19세기 작곡가들의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에서 미국과 남미로 이주민들이 증가하며 좀 더 서민적이고 사교적인 춤곡들이 발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중 19세기 후반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하여 20세기 전체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탱고(tango)는 극적인 형식과 개성 있는 음악으로 20세기 후반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Astor Pazzolla, 1921~1992)에 의해 세련된 예술 음악으로 변모하였습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영화 <여인의 향기>와 <트루라이즈> 등에 삽입되면서 탱고는 현대 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탱고는 19세기 후반 유럽의 하바네라를 모체로 20세기 초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보카라는 빈민가의 아프리카계 이민자들 사이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춤의 성격 자체가 한 쌍이 아주 밀착된 형태로 추는 춤이며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몸동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음악 또한 독특한 정취를 보여줍니다. 탱고는 다양한 크기의 반도네온(bandoneon)과 현악기, 피아노의 합주로 반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많은 연주자에 의해 유럽에 소개되면서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아한 스타일로 변화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콘티넨탈 탱고(continental tango)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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