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한 마디로 음악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극은 대사를 말로 하지만 오페라는 노래로 하고 오케스트라가 이 노래를 반주합니다. 오페라(opera)는 작품이란 뜻의 라틴어 오푸스(opus)의 복수형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러 작품의 합성물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역시 오페라를 주도하는 것은 음악입니다. 전체 플롯을 제시하는 것도 음악이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고 상황의 긴장감을 이끄는 것도 음악의 몫입니다. 따라서 오페라 대본은 연극 대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여기에서 오페라의 중요한 특징인 비현실성이 대두됩니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상황에서 고함을 지르는 대신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노래를 하거나, 목이 졸려 죽어가면서도 처량한 노래를 몇 분씩 부르기도 하고, 호탕하게 웃는 순간에도 웃음 대신 웃음을 흉내 낸 노래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음악이 풀어가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의 구성
오페라는 연극과 마찬가지로 5개 이내의 막으로 이루어지며, 각각의 막은 몇 개의 장면들로 구성됩니다. 하나의 막은 노래하는 부분과 오케스트라만 나오는 부분이 조화를 이루며 진행됩니다. 그리고 노래는 혼자 부를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대화하듯 중창으로 부르거나 오페라에 등장하는 군중들이 다 함께 합창으로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 많은 음악적 요소와 다른 연극적, 미술적, 무용적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어떤 식으로 연결해 음악을 흐르게 하느냐가 바로 오페라 작곡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극에서 주연이 있다면 오페라의 주인공은 독창자인 셈입니다. 독창자는 오페라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입니다. 특히 오페라의 주역 여가수를 으뜸가는 여성이라는 뜻의 프리마돈나(Prima Donna)라고 부르거나 이러한 호칭도 부족해서 디바(Diva), 즉 여신이라고 부르는 것만 보아도 독창자에 대해 청중들이 얼마나 큰 찬사와 기대를 보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독창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 부르는 방식에 따라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구분되는데, 가곡처럼 하나의 온전한 노래를 '아리아'라 하고 마치 이야기하는 것처럼 읊조리며 노래하는 부분을 '레치타티보'라고 합니다.
아리아
오페라의 꽃은 역시 아리아로, 오페라를 제대로 관람한 적이 없는 사람들도 '여자의 마음'이나 '별은 빛나건만',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같은 아리아 선율은 기억할 것입니다. 아리아는 시작과 끝이 명확하고, 절정에 달한 감정이 폭발하면서 청중들이 카타르시스를 체험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성악가의 열창으로 끝나기 때문에 아리아가 끝나면 청중은 박수갈채로 답합니다. 결국 아리아 때문에 극의 흐름이 단절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아는 오페라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오페라에서 가장 큰 매력을 지닌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아리아는 바로 성악가들이 자신의 노래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레치타티보
이에 반해 레치타티보는 자연스러운 말의 억양을 모방한 것으로, 음악적 선율이라기보다는 재빠른 재잘거림이나 같은 음을 반복하면서 극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설명해줍니다. 레치타티보는 음악적으로 화려하거나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페라에서 레치타티보의 역할이 절대로 간과될 수는 없습니다. 레치타티보는 극의 줄거리를 끌고 나가면서 극적 긴장감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레치타티보가 얼마나 말의 억양과 발음에 충실하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의사 전달 가능성이 결정됩니다.
중창
오페라에는 독창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한 성부씩 맡아 부르는 2중창(duet, Duo), 3중창(trio), 4중창(quartet), 5중창(quintet), 6중창(sextet), 7중창(septet), 8중창(octet) 등의 중창도 있고 한 성부를 여러 사람이 노래하는 합창도 있습니다. 대사를 노래로 하는 오페라에서는 두 사람 이상이 대화하면 중창이 됩니다. 그런데 장면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각각 절망과 희망, 분노와 사랑, 또는 행복과 슬픔 등 서로 전혀 상반된 감정 상태를 갖고 있다고 해도, 즉 아무리 분노에 찬 노래라 해도 그 가사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그들이 노래한 각각의 선율들은 서로 어우러져 언제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복잡한 느낌들이 엉켜서 아름답게 결합한다는 것은 연극에서는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오페라만의 매력입니다.
합창
오페라에서의 '합창'은 신하, 선원, 농부, 무도회 손님 등 다양한 역할의 군중이 맡게 됩니다. 흔히 합창은 음악적으로 볼 때 독창자를 위한 일종의 배경음악인 경우가 많지만 극적으로는 특정 상황에 대한 군중들의 반응을 표현하고 그 상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중창과 합창은 독창만으로는 불가능한 풍성한 음향과 극적 효과를 연출할 뿐 아니라 다양한 대위법적 기교들을 펼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오페라가 음악적 풍요로움과 품위, 그리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서곡과 간주곡
오페라에는 노래 없이 오케스트라만 연주하는 부분이 있는데, 오페라가 시작되기 전에 연주되는 서곡(overture) 또는 전주곡(prelude), 그리고 막과 막 사이에 연주되는 간주곡(intermezzo)이나 리토르넬로(ritornello)가 그것입니다. 이들은 작품 곳곳에 삽입된 선율을 미리 맛보게 하여 전체 작품의 분위기를 암시하거나 이미 전개된 사건들을 상기시키고 앞으로 이어질 장면과 일관성 있게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 관현악 부분들은 과거 오페라 하우스를 상류사회의 사교 장소로 이용하던 시절, 별 관심 없이 오페라 공연장에 발을 들인 청중의 관심을 무대로 집중하게 하고, 때로는 늦게 도착한 청중을 위해 오페라의 시작을 조금 늦추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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