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춤음악- 2) 발레 음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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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 -춤음악- 2) 발레 음악-1

by auftakt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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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ballet)는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춤과 음악, 문학, 미술, 의상, 조명 등 모든 예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예술입니다. '극장 예술의 꽃'으로 불리는 발레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르네상스의 시대로, 이탈리아 궁정 연회에서 유행하던 것을 메디치 가문의 딸이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가 되면서 유럽 궁정에 소개했다고 합니다. 초기의 발레는 단지 춤추는 것만이 전부였으나 이것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극적인 줄거리와 연기가 포함되었으며 19세기 중반에 사거 낭만 발레로 절정을 이루게 됩니다.

 

오늘날까지 사용하는 발레 용어가 대부분 프랑스어인 것은 발레의 진정한 역사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열렬한 음악 애호가이면서 전문 무용가였던 루이 14세(재위기간 1643~1715)는 13세부터 무대에 서기 시작하여 뚱뚱해져서 춤을 출 수 없을 때까지 많은 발레극에 직접 출연했으며, 현재 파리 오페라 극장의 전신인 발레학교를 설립하여 발레의 발전에 기여하였습니다. 루이 14세에게 '태양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젊은 시절 그가 무대에서 태양을 본뜬 의상을 걸치고 춤을 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발레의 5가지 기본 동작이 이 당시에 확립되었으며 처음으로 여성 무용수가 무대에 오르게 된 것도 이때였습니다. 특히 베르사유 궁정에서 공연되었던 오페라에서 발레 장면은 극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볼거리를 위해 반드시 삽입되었으며 이로부터 프랑스 발레음악의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오페라 속의 발레

프랑스 오페라에서 발레 음악은 대개 주인공이 등장하는 앙트레(Entre)로 시작하여 모든 출연자와 청중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무용(그랑 발레)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처럼 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장면 전환에 도움을 주는 오페라 속의 발레 음악 가운데 일부는 종종 독립되어 연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루크(C. W. Gluck)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t Euridice)에 나오는 '정령들의 춤'이나 구노(C. F. Gounod)의 <파우스트>(Faust)의 '왈츠', 오펜바흐(J. Offenbach)의 <지옥의 오르페우스>(Orpfee aux enfers)에 등장하는 '캉캉', 보로딘(A. Borodin)의 <이고르 공>(Prince Igor) 2막 시작 부분에서 연주되는 '폴로베츠 사람들의 춤', 퐁키엘리(A. Ponchielli)의 <라 지오콘다>(La Gioconda) 중 '시간의 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중 '일곱 베일의 춤' 등은 오페라의 공연 빈도보다는 연주회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발레 음악들입니다.

낭만주의 발레

고전주의 시대에 들어서 발레의 전통은 지속되었고 모차르트도 발레 음악을 썼으며 베토벤도 발레 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을 쓴 바 있지만 발레 음악의 걸작은 주로 낭만주의 시대부터 생겨났습니다. 3막으로 구성되었던 발레는 19세기에 들어서면서 4~5막의 발레로 정착되고 1830년대부터 다양한 기술들이 연마되고 의상에서도 변화를 추구하면서 낭만주의 발레(romantic ballet)가 꽃피게 됩니다. 거기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쁨과 아득히 먼 곳에 대한 동경, 인생과 사랑의 허무함에 대한 근심, 이국적이고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애착 등 낭만주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낭만 발레의 중심은 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독립된 발레로서가 아니라 발레 장면이 있는 오페라에 딸려서 상연되었으나 점차 독립된 장르로서 공연되었습니다. 낭만 발레의 특징은 요정의 이야기를 소재로 함으로써 주인공에게는 보다 애절하고 솜털 같은 스텝이 요구되었습니다. 1832년 최고의 발레리나였던 이탈리아 출신 마리 탈리오니를 위하여 만들어진 <레 실피드>(Les Sylphides)는 낭만 발레의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탈리오니는 처음으로 토슈즈를 신고 공중에 두둥실 올라가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 청중들에게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레 실피드>에는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다만 숲속을 맴도는 요정의 몸짓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춤사위와 음악이 자아내는 시적인 분위기만이 있을 뿐입니다. 음악은 쇼팽의 것으로, 비록 발레를 의도하고 작곡된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낭만적이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쇼팽의 왈츠와 마주르카, 야상곡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훗날 글라주노프 등 여러 명의 작곡가에 의해 편곡되어 '쇼피니아나'라는 관현악곡으로 만들어졌고 이것을 바탕으로 1909년 니진스키와 안나 파블로바 등 불세출의 무용수들이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레 실피드>를 무대에 올렸다고 합니다.

 

낭만 발레를 통해 발레리나는 황금기를 구가했습니다.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서 순백색의 깃털 같은 의상을 입고 가녀린 춤을 추는 발레리나의 전형은 아돌프 아당(Adolphe Charles Adam, 1803~1856)의 <지젤>(Gieselle)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최고의 발레리나였던 그리지를 연모하며 대본을 쓴 고티에(Theophile Gautier)는 달빛이 비치는 강변에 사는 빌리의 전설에 바탕을 두고 애수와 환상이 교차하는 이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빌리'란 결혼을 앞두고 죽은 처녀들의 혼백입니다. 이 처녀들은 춤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생전에 충족되지 못했던 춤에 대한 열정을 밤마다 숲속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달래며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붙잡아 죽도록 춤을 추게 합니다.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애인에게 배신당한 지젤의 비극을 그린 이 작품은 음악만으로도 아름답고 슬픈 동작들이 연상될 만큼 낭만 발레 음악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특히 그때까지의 발레 음악이 대부분 단순한 반주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아당의 음악은 사랑의 주제를 비롯한 여러 개의 모티브를 사용하여 음악과 춤의 긴밀한 연관성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낭만 발레는 서서히 쇠퇴의 길을 가기 시작하고 단지 들리브의 <코펠리아>와 <실비아>만이 화려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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