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의 전통은 고전주의 시대의 산물이며 주로 현악만으로 구성된 중주와 피아노를 포함한 중주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시대에 따라 소나타 형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창작 욕구와 새로운 음향과 음색에 대한 개성적인 양식들이 공존하면서 실내악을 20세기에 들어 작곡가의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매체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다른 음악 장르와 마찬가지로 20세기 실내악은 엄격한 형식의 틀을 벗어나 과거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다양한 악기들의 조합과 새로운 음향 추구의 방향으로 흘러갔으며 기악과 성악의 공존, 또는 이제껏 쓰이지 않았던 타악기 앙상블의 개발, 그리고 다양한 리듬과 실험적인 음향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디베르티멘토나 세레나데 등 옛 형식을 여전히 사용하는 작곡가들도 있고 실내악과 협주곡을 혼합한 실내 협주곡이나 실내 교향곡 등 절충을 모색하는 경향도 있으나 전통과 실험 중 어느 쪽을 택하는가는 전적으로 작곡가의 자유에 속한 것이 되었습니다.
20세기 실내악 작품 중 연주 빈도가 높은 작품들로 드뷔시와 라벨의 작품들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실내악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인상주의적이고 색채적인 면모를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드뷔시는 첼로 소나타와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에서 음향은 새롭지만 형식에서는 과거를 재현하였으며 라벨은 현악 4중주와 피아노 3중주에서 한층 고전적인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기도 합니다. 또한 몇몇 작곡가들은 후기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유행과는 달리 대위법적인 작곡 방식을 선호하여 논리적이고 순수한 양식으로의 회귀를 보여주었습니다.
20세기 대표적 작곡가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바이올린, 클라리넷, 피아노, 첼로라는 특이한 편성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그가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1940년 나치의 포로가 되어있었을 때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동료 포로 2명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 이듬해 작곡한 것입니다. 메시앙은 이러한 특이한 편성은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동원할 수 있는 악기들이 이것들뿐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포로들 앞에서의 초연 당시 첼로는 줄 하나가 끊어져서 없어진 3현으로 연주했다고 합니다. 전체 8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메시앙은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으로 새소리를 모방하거나 중세 시대의 음악 기법을 적용하는 등 독특한 음악 세계를 전개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체코의 작곡가 야나체크의 현악 4중주곡 <친근한 목소리>(voces intimae), 쇤베르크의 현악 6중주곡 <정화된 밤>(Verklarte Nacht), 바르토크의 6개의 현악 4중주, 쇼스타코비치의 15편의 현악 4중주 등이 20세기의 대표적인 실내악 문헌에 속합니다. 특히 바르토크의 작품과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들은 그 가치 면에서 종종 베토벤의 4중주곡과 비교되곤 합니다. 특히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후 만년에 이르러 작곡한 현악 4중주곡들에서 고전적인 양식을 기초로 하면서 교향곡적인 긴장과 내적인 갈등을 표출하는 한편 지성적, 철학적 표현에 도달함으로써 인간 이성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클래식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래식 음악 -예술가곡- 2) 독일 가곡 (0) | 2023.05.10 |
---|---|
클래식 음악 -예술가곡- 1) 예술가곡의 정의 (0) | 2023.05.09 |
클래식 음악 -실내악- 3) 낭만주의 실내악 (0) | 2023.05.08 |
클래식 음악 -실내악- 2) 고전주의 실내악 (0) | 2023.05.05 |
클래식 음악 -실내악- 1) 바로크 실내악 (0) | 2023.05.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