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실내악- 2) 고전주의 실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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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 -실내악- 2) 고전주의 실내악

by auftakt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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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의 출발점이 귀족의 기분 전환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은 앞 글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이것은 실내악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고전주의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실내악곡도 사실상 귀족들의 식사 시간에 여흥음악으로 연주되었으며 먼 곳에서 온 귀한 손님을 기쁘게 해주는 영접 음악이나 결혼식 피로연과 생일 때의 만찬의 분위기를 돋우는 배경음악, 여가시간을 채워주는 음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8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기분 전환용의 순수기악곡으로서의 트리오 소나타의 유행은 점차 사라지고 지속저음의 연주 관습도 점차 소멸되면서 하나의 성부를 하나의 악기가 연주한다는 근대 소나타의 형식 원리가 확립됩니다. 이와 함께 현악 4중주를 주축으로 하는 현악 앙상블의 형태가 발전하였으며, 피아노의 등장으로 독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하나의 독주악기와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 소나타가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고전주의 시대 기악음악의 중요한 형식인 소나타 형식이 실내악곡의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 당시 소나타라는 명칭이 붙어있는 작품과 중주곡들은 대개 4악장 구성을 하고 있으며 3악장 구성도 드물지 않습니다. 즉 1악장은 두 개의 대조적인 주제를 가지면서 제시부-발전부-재현부 구조로 이루어진 소나타 알레그로 형식, 2악장은 서정적인 느린 악장으로 3부 형식이나 주제와 변주, 3악장은 가장 짧은 악장으로서 미뉴에트-트리오-미뉴에트나 스케르초-트리오-스케르초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4악장은 론도나 소나타 알레그로 형식이 일반적입니다.

하이든의 실내악

대부분의 중요한 중주곡 형태가 고전주의 시대에 와서 완성을 보았지만 개개의 악기가 독자적으로 어우러지는 연주 형식으로서의 근대 실내악으로 전환된 것은 현악 4중주 형태의 성립과 클라비어가 합주에서 독주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18세기말에 들어 새롭게 출현한 부르주아는 피아노와 현악 4중주를 통해 '감상하는' 욕구를 충족시켰던 것입니다. 실내악 중에서 가장 이상적이며 완성된 형식으로 평가받는 현악 4중주(string quartet)는 현의 음질이 고르게 융합된다는 점과 성악에서와 같이 4성부를 통해 가장 균형 잡힌 음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실내악 형식보다도 우위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의 초기 교향곡의 짜임새는 현악 4중주와 다를 바가 없었으며 70여 곡의 현악 4중주로 이 장르를 가장 중요한 실내악 유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초기 현악 4중주는 하이든에 의해 4악장으로 정착되면서 보다 진지하고 세련되게 변모하였습니다. 70여 편이 넘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가운데 유명한 작품으로는 Op.3 No.5 '세레나데'와 Op.20(6개의 '태양' 4중주곡), Op.33(6개의 '러시아' 4중주곡), Op.50('프러시안' 4중주), Op.54, 55(각 3개의 4중주), Op.64(6개의 '토스트' 4중주), Op.76(6개의 '에르되디' 4중주곡)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러시아' 4중주는 러시아의 대공 파울에게 헌정된 곡으로서 미뉴에트 대신에 스케르초를 사용하였으며 모차르트에게 강한 영향을 준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Op.76은 중요한 후기 작품으로서 하이든과 베토벤의 후원자였던 요제프 에르되디(Joseph Erdody) 백작에게 헌정된 곡입니다.

모차르트의 실내악

현악 5중주는 현악 4중주 구성에 비올라나 첼로를 추가합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는 현악 5중주곡이라고 부르지만 추가한 악기를 강조하는 경우에 비올라 5중주, 첼로 5중주곡으로 부를 때도 있습니다. 현악 4중주곡을 그토록 많이 남긴 하이든이 5중주곡은 한 편도 쓰지 않았지만 모차르트는 현악 5중주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그는 1773년부터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여섯 곡의 현악 5중주곡을 썼는데, 현악 4중주 구성에 비올라를 추가함으로써 내성을 견고하게 하고 비올라와 첼로를 더욱 자유로운 선율 악기로 다루었으며 대위법적인 악구들을 치밀하게 엮어서 심원한 예술적 경지를 펼쳐 갔습니다. 이러한 현악 5중주의 전통을 이어간 사람은 베토벤과 슈베르트로서, 특히 슈베르트의 실내악곡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현악 5중주곡 C장조는 첼로가 가지고 있는 색채와 넉넉함을 이용하여 낭만적이며 불안에 가득한 분위기를 강조하였습니다.

 

현악 4중주의 전통은 하이든이 만들고 모차르트가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쓴 교향곡의 약 반수에 해당하는 27편의 현악 4중주곡을 남기고 있습니다. 하이든의 곡이 소규모의 청중을 상대로 명징한 주제 전개와 절제된 흐름을 펼치고 있지만 모차르트의 작품은 좀 더 규모가 크며 대중적이고 미묘한 선율 감각을 쫓고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현악 4중주만이 아니라 선배 하이든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영역에 도전하였습니다. 4개의 플루트 4중주와 한 개의 오보에 4중주곡, 그리고 호른 5중주곡과 클라리넷 5중주곡을 작곡하였는데, 그 중 플루트 4중주곡은 애호가의 의뢰나 사교적인 즐거움을 위해 작곡된 것으로 플루트의 밝은 음색과 섬세한 감정 표현 능력을 십분 발휘한 곡입니다.

베토벤의 실내악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의해 음악사의 권좌에 오른 현악 4중주곡을 그의 가장 심오하면서도 난해한 음악적 아이디어들을 표현하기 위한 실험적인 매체로 활용하였습니다. 현악 4중주는 하이든에서 시작하여 베토벤까지 약 반세기 사이에 그 정점을 다하여 버린 감이 있습니다.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 4중주곡들(Op.130, 131, 132, 133)에서 그때까지의 관습을 뛰어넘어 5~7개까지의 악장을 사용했고 각 악장들을 미묘하게 연결시켰습니다. 이 작품들은 고전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개성적이고, 낭만적인 것으로 간주하기에는 지나치게 초월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연주가나 듣는 사람의 한계를 고려한 어떠한 양보도 허락하지 않았던 베토벤 특유의 실험성으로 인해 그의 후기 현악 4중주곡을 들었던 청중들은 혼란스러워했으며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한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3개의 독주악기에 의한 3중주(trio)는 어떤 악기라도 조합이 가능하지만 보편적으로 애호받는 구성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피아노 3중주입니다. 베토벤은 7개의 피아노 트리오를 통해 교향악적인 형식과 실내악적인 묘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걸작들을 남겼습니다. 이 중에서 유명한 것은 <유령>이라는 부제를 가진 Op.70 No.1과 베토벤을 존경하고 후원해 준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한 Op.97 <대공> 3중주입니다.

베토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를 10곡 작곡하였습니다. 초기의 작품들은 슈베르트의 스승이며 모차르트의 라이벌이었던 살리에리에게 헌정하였으며 제5번 <봄>과 제9번 <크로이체르> 소나타가 유명합니다. 그는 제5번 소나타부터 자신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냈으며 자유분방한 낭만적 정신을 표현하였습니다. 특히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9번은 협주곡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연주 효과와 웅변적인 정신을 갖춘 바이올린 소나타의 걸작입니다. 또한 그의 5개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첼로의 아름답고 풍부한 표정과 장대한 표현력을 살린 작품들로써 3번 A장조가 유명합니다.

 

이러한 작품 외에도 베토벤은 1800년 3개의 목관악기(클라리넷, 호른, 바순)와 4개의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위한 7중주곡 Eb장조를 작곡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3개의 목관악기(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각 2개와 호른 2개가 연주하는 8중주곡 등 다양한 실내악 영역에서 수작들을 남겼습니다.

1792년 고향 본에서 빈으로 진출한 베토벤은 청중의 기호에 맞는 오락 작품을 작곡하게 되는데, 그 곡으로 빈 청중의 인기를 얻은 베토벤은 이후로는 거의 이러한 종류의 오락음악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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