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문학작품이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의 영감에 불을 지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이 시대에 와서 전성기를 맞게 된 오페라나 연극의 도입 역할을 하는 서곡들이 대중들의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베토벤의 서곡 <피델리오>, <레오노레>, <에그몬트>, 또는 비제의 <카르멘> 전주곡과 로시니의 <빌헬름 텔>, <도둑까치>서곡, 주페의 <시인과 농부>, <경기병>서곡들은 연주회용 음악으로 독립되어 인기를 얻게 되고 19세기에는 오페라와는 관련 없는 새로운 유형의 서곡들이 나타났습니다.
연주회용 서곡
이처럼 독립된 관현악곡으로 만들어진 서곡을 연주회용 서곡이라고 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것이 많습니다. 그 예로 앞서 언급한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을 소재로 한 연주회용 서곡이 있는데,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템페스트>, 베를리오즈의 <리어왕> 서곡등이 그것입니다. 이 외에도 바이런의 시극에 음악을 입힌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과 바그너의 <파우스트> 서곡 등이 문학적인 영감과 음악을 결부시키고 있습니다.
연주회용 서곡들은 대개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된 것과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곡된 것의 두 종류로 나뉩니다. 스코틀랜드 지방을 여행하고 작곡한 멘델스존의 <히브리디즈>(Hebrides, 일명 핑갈의 동굴)는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있으면서도 음의 풍경화라고 할 수 있는 묘사적인 작품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기념할만한 일들을 서곡으로 남긴 경우도 있는데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은 나폴레옹 전투에서 승리한 러시아인들의 긍지를 그렸으며,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은 브람스가 독일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답례로 작곡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오늘날 오페라는 거의 상연되지 않지만 연주회용 서곡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곡들은 베를리오즈의 서곡 <로마의 사육제>, 러시아 작곡가 글링카(M.Glinka, 1804~1857)의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번스타인의 <캉디드>(Candid) 서곡 등입니다.
행진곡
행진곡은 그 사용 목적에 따라 군대 행진곡, 결혼 행진곡, 장송 행진곡, 개선 행진곡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는데 19세기에 이러한 행진곡의 명작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베토벤과 말러의 교향곡 제3번과 제5번에 각각 '장송 행진곡'이 포함되며, 베토벤의 극음악 <아테네의 폐허>에 등장하는 '터키 행진곡'과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차이코프스키의 <슬라브 행진곡>,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에 등장하는 '개선 행진곡' 등은 예술적으로 승화된 행진곡들의 대표적인 예들입니다.
또한 19세기 후반, 관악 밴드 음악이 융성하면서 행진곡은 오직 밴드만을 위한 작품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수자(John Philip Sousa, 1854~1932)는 <성조기여 영원하라>와 <워싱턴포스트> 등 130여 편이 넘는 행진곡을 작곡하여 '행진곡의 왕'으로 불렸습니다.
관현악 변주곡
낭만주의 시대에는 새롭고 개성적인 음악 스타일이 많이 개발됐지만 이미 존재하는 음악 소재를 가지고 새로운 음향적인 가능성을 추구하는 일련의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관현악 변주곡으로, 피아노 독주곡 외에는 관현악 작품을 별로 쓰지 않았던 쇼팽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나오는 2중창곡 '손을 잡고(La ci darem la mano)'를 관현악으로 변주시켰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의 <프랑크 브리지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레거(Max Reger, 1873~1916)의 <모차르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은 영국 바로크 음악의 정점이었던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의 선율을 변주시켜 나가면서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를 상세하게 안내하는 교육용 음악으로 유명합니다.
낭만적 소품
관현악곡은 실로 다양한 표현 능력을 갖춘 매체였습니다. 특히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가들은 오래된 전설과 잊힌 꿈들, 격동하는 감정과 애수에 찬 상념들을 다양한 악기의 음색과 표현력으로 드러내고자 하였으며 자연에 대한 예찬과 시적인 느낌을 담아내려고 하였습니다. 그 결과 색다른 표제를 가진 소품들도 양산되었는데 그 제목들만 보아도 이 당시 음악이 음악 외적인 상상력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이탈리아 기상곡(카프리치오)>, 에네스코(Georges Enesco, 1881~1955)의 <루마니아 랩소디>, 본 윌리엄즈의 <그린슬리브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베토벤의 <로망스>, 세빌리우스의 <4개의 전설곡>, 바그너의 <지그프리트의 목가>, 샤브리에(Emmanuel Chabrier, 1841~1894)와 라벨이 각각 작곡한 <스페인 랩소디>,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랩소디>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관현악 소품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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