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관현악곡- 4) 교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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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 -관현악곡- 4) 교향시

by auftakt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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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소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흉내 낼 능력이 있고, 다른 어떤 대상을 묘사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습니다. 음악을 통해 폭풍우, 전투, 새들의 노래, 속삭이는 시냇물 등 무수한 비 음악적 사건들을 소리로 표현하려는 작곡가들은 심지어 어떤 이야기나 시, 생각이나 그림까지도 음악으로 나타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가장 활발했는데, 이 시대의 음악 중 셰익스피어의 장면들과 괴테와 바이런의 시들, 각국의 고유한 신화나 전설을 소재로 한 교향시와 부수음악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교향시(symphonic poem, 혹은 tone poem)란 낭만주의 시대에 유행했던 하나의 악장만으로 이루어진 표제 교향곡을 말합니다. 고전주의 시대까지 소나타의 형식미를 추구하는 교향곡들은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자유로운 감정 표현과 독창성을 추구하게 된 작곡가들에게 부담스러운 속박이 되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낭만주의 시대 교향곡 작곡가들은 악장의 수를 늘리거나, 교향곡의 전 악장을 같은 주제로 쓰기도 하고, 문학적 또는 회화적인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표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교향시입니다. 한 마디로 교향시는 피아노 성격소품, 예술가곡과 함께 가장 낭만주의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향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작곡가는 리스트입니다. 그는 모두 13곡의 교향시를 작곡하였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전주곡>(Les Preludes), <오르페우스>(Orpheus), <마제파>(Mazeppa), <햄릿>(Hamlet), <훈족의 전쟁>(The Battle of the Huns)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와 단테의 신곡 등에 영감을 받아 같은 제목의 교향시를 작곡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리스트로부터 시작된 교향시는 19세기 많은 작곡가가 가장 선호하는 새로운 장르가 되었습니다. 특히 독일 주도하에 발전해온 교향곡이라는 형식의 규제로부터 벗어나서 자기 민족 특성을 반영하는 독창적인 작품을 쓰기 원했던 19세기 말 민족주의 음악가들은 독일식 교향곡의 대안으로 교향시를 선택하였습니다.

민족주의 경향이 강하게 표출된 작품으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Ma Vlast),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의 <핀란디아>, 발라키레프(Mily Alexeyevich Balakirev, 1837~1910)의 <타마라>(Tamara)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민족주의적 경향이 드러나지 않는 교향시들도 많이 작곡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가장 위대한 교향시 작곡가라고 할 수 있는 생상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특정 민족의 정서를 표현하려는 집착보다는 문학적 내용에 대한 적절한 음악적 표현을 찾는 일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생상스의 교향시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옹팔의 물레>(Rouet d'Omphale), <죽음의 춤>(Danse marabre)등을 들 수 있으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표적인 교향시로는 <죽음의 승화>(Tod und Verklrung),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 <돈 키호테>(Don Quixote), <영웅의 생애>(Ein Heldenleben)등이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자주 연주되고 있는 무소르그스키(Modest Musorgsky, 1839~1881)의 <민둥산의 하룻밤> 역시 무소르그스키가 대표적인 러시아 국민악파임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적 경향이 노골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작품입니다.

 

한편 교향시는 20세기에 들어서도 꾸준히 작곡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 가장 유명한 교향시로는 뒤카(Paul Dukas, 1865~1958)의 <마법사의 제자>(L'apprenti sorcier)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괴테의 시에 기초하여 앙리 브라츠가 번역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법사의 제자>를 작곡하였는데 이 작품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의 섬>, 쇤베르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레스피기의 로마의 풍물에 관한 교향시 3부작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 등이 20세기에 작곡된 대표적인 교향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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