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예술가곡- 3) 프랑스,이탈리아,기타 여러 나라의 가곡
본문 바로가기
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 -예술가곡- 3) 프랑스,이탈리아,기타 여러 나라의 가곡

by auftakt 2023. 5. 13.
반응형

프랑스 가곡

프랑스의 노래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용어인 샹송(chanson)은 오늘날 프랑스의 대중가요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어 있지만 광범위한 정의를 하자면 프랑스어에 의한 세속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샹송은 영국이나 미국의 대중 노래와 별반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내용의 다양함과 이야기풍의 노래가 많다는 점에서 영미 대중음악과는 확연히 구별되었습니다. 샹송은 슬픈 노래와 감상적인 노래, 풍자적이며 현실적인 노래, 그리고 정치적 성향이 짙은 노래에 이르기까지 그 소재의 풍부함과 다양함을 보여줍니다.

프랑스에서 예술가곡의 전통은 독일보다 한발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멜로디'라는 이름의 예술가곡이 많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슈베르트의 작품이 불어로 번역되어 출간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베를리오즈는 자신의 가곡 작품을 출간하면서 거기에다 샹송이나 로망스(Romance)라는 명칭 대신 '멜로디(melodie)라는 명싱을 사용했습니다. 베를리오즈의 <여름 밤>(Les Nuitz dEtre)이후로 오페라 작곡가인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 1818~1893)와 비제도 가곡을 작곡했으며, 리스트는 현란한 그의 오케스트라 작품과는 별도로 소박하고 서정적인 프랑스 가곡 <꿈에 오소서>(Oh!, quand je dors)를 남겼고, 또한 들리브나 생상스도 훌륭한 가곡 작품을 남겼습니다.

시인의 서정을 피아노 반주에 담아 표출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프랑스 가곡이나 독일 가곡도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언어가 갖는 뉘앙스와 고전적인 우아함을 살린 프랑스 예술가곡의 전통은 중세의 다성부 샹송을 노래한 음유시인들로부터 한참을 건너뛰어 피아노 독주곡과 실내악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던 포레(Gabriel Faure, 1845~1924)에 와서 전기를 맞습니다. 포레는 베를리오즈나 구노의 가곡들이 후렴 부분을 갖는 유절 가곡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시의 감정에 따라 음악도 발전해나가는 통절 가곡의 방식을 취하면서 피아노의 비중을 대폭 강화시켰습니다. 특히 베를렌(Paul Verlaine)의 시를 접하면서 포레의 가곡은 한층 세련되어졌는데, 베를렌의 '시인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곡집 <다정한 노래>(La bonne chanson), <달빛>(Clair de Lune), <꿈을 꾼 후에>(Apres un reve) 등을 통해 프랑스 시의 뉘앙스가 갖는 우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포레의 정신을 이어 프랑스 가곡을 발전시킨 사람은 뒤파르크(Henri Duparc, 1848~1933)와 쇼송(Ernest Chausson, 1855~1899),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 등 입니다. 이 중에서도 포레가 '프랑스의 슈베르트' 였던 것처럼 '프랑스의 볼프'로 불린 뒤파르크는 유난히 자기비판이 강했던 사람으로, 500편 가까운 가곡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신의 손으로 모두 파기해 버리고 16편만이 남아 있습니다. 생애 절반 이상을 정신질환에 시달렸다는 점에서도 볼프와 비슷한 길을 걸어갔던 뒤파르크의 곡으로는 <슬픈 노래>(chanson triste)와 <여행에의 권유>(L'invitation au voyage)가 자주 연주됩니다.

이탈리아 가곡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나라여서인지 예술가곡의 역사에서는 이렇다 할 작품이 없습니다. 그러나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는 민족답게 이탈리아 음악에서 가곡의 전통은 뿌리 깊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음악이 16세기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던 중창곡 마드리갈(madrigal)입니다. 사실상 예술가곡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르네상스 마드리갈에 이르게 되는 것은 마드리갈이 시에 담긴 내용을 음악적으로 일치시키려 했던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서민적이고 활달한 파리 샹송보다 한 세대 후에 전 유럽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마드리갈은 시와 음악 두 가지 형식 모두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수천 권의 마드리갈집이 출판된 것만 보아도 이 시대에 마드리갈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드리갈의 대표적 작곡가로는 마렌치오(Luca Marenzio, 1553~1599), 제수알도(Carlo Gesualdo, 1560~1613), 몬테베르디 등이 있으며 이들의 이탈리아 마드리갈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어 특히 영국에서 16세기 말과 17세기 초반에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즘 음악회에서 자주 불리는 이탈리아 노래 중에는 바로크 시대의 스카를라티(A.Scarlatti, 1660~1725)나 로티(A.Lotti, 1666~1740), 마르티니(G.Martini, 1741~1816)의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나폴리 지방에서 나폴리 방언으로 부르는 나폴레타나가 중요한 레퍼토리를 차지합니다. 이 나폴레타나는 이탈리아의 민요이면서 대중가요의 성격을 지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탈리아 가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오 나의 태양>, <푸니쿨리 푸니쿨라> 등이 대표적인 이탈리아 가곡들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민요와 다르게 이 나폴리 민요는 민요의 단순함을 극복한 예술적인 노래에 가깝다는 점과 '벨 칸토' 창법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가곡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기타 여러 나라의 가곡

예술가곡의 역사를 나누어 갖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가곡의 문헌을 풍부하게 한 나라로는 러시아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 가곡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작품은 주로 무소르그스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무소르그스키는 러시아 농민의 피폐한 생활과 러시아 민중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토로하듯이 낭송하는 방식을 그의 가곡에서 사용함으로써 가장 독창적인 러시아 가곡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가곡집 <어린이의 방>, <햇빛도 없이>, <죽음의 노래와 춤>은 그의 걸작 가곡들입니다.

무소르그스키와 대조적으로 차이코프스키는 선율의 아름다움과 애상적인 감상을 강조하는 130여 편의 가곡을 썼는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 중에는 괴테의 시에 붙인 유명한 <다만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같은 노래가 있습니다. 그에 이어지는 러시아의 가곡 전통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즈> 같은 정감 넘치는 선율을 거쳐 쇼스타코비치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독일 가곡의 연장선에 있지만 체코인 고국의 언어로 작곡한 가곡 가운데 드보르자크의 작품도 값진 가곡 유산 중 하나입니다. 그의 가곡집 중에 슬라브의 서정 시인 헤이둑(Adolf Heyduk, 1835~1923)의 민속적인 시에 붙인 <집시의 노래>(Zigeunermelodien)는 드보르자크의 가곡 창작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집시들의 풍부한 정서와 자유를 사랑하는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일곱 개의 곡마다 개성 넘치는 선율들로 가득합니다.

음악 역사에서 비주류 나라들인 노르웨이와 핀란드, 스페인 등에서도 리트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곡들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리그는 가곡을 130편 이상을 쓸 정도로 가곡에 애착을 보였으며 시벨리우스 역시 대규모 작품들을 쓰는 사이사이에 좋은 가곡을 남겼습니다. 또한 민요풍 가곡들이 스페인의 그라나도스와 파야의 손에서 탄생했고 미국의 재즈를 가곡과 접목한 거쉰의 노래들과 아이브스(Charles Ives, 1874~1954)의 가곡들이 근래에 와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