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예술가곡- 1) 예술가곡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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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 -예술가곡- 1) 예술가곡의 정의

by auftakt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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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음악 역사에서 노래를 지칭하는 말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발라드, 샹송, 칸초네, 로망스, 멜로디, 리트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가곡'을 뜻하는 용어들은 나라마다 그 숫자만큼이나 언어의 감각에 따라 다르며 시대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종교음악이나 오페라와는 다른 성악곡으로서 한 편의 시와 음악의 결합 형태인 가곡들 중 독립된 장르로서 예술적인 지위를 누린 가곡의 진정한 역사는 낭만주의 시대에 와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시에 얹혀진 음악의 차원이 아니라 음악과 시의 긴밀한 결합, 또는 문학적인 영감과 음악적인 표현의 완벽한 조화로서 예술가곡의 지위는 독일 낭만주의 시대로부터 비롯됩니다. 이러한 예술가곡의 탄생에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는 보편화되고 일반적인 상념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낭만주의 서정시의 발전입니다. 괴테나 쉴러, 하이네, 아이헨도로프, 뮐러, 케르너 등의 주옥같은 시들은 작곡가들로 하여금 위대한 선율을 작곡하도록 영감을 부추겼습니다. 다른 하나는 피아노의 발전으로 과거의 현악기나 관악기가 노래를 단순히 반주하는 데 그쳤지만 풍부한 표현력을 갖춘 피아노는 노래와의 이중주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술가곡은 갈고 다듬은 한 편의 시를 가사로 선택하여 피아노 반주에 개인적인 서정을 담아 부르는 예술적인 노래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술가곡 이전에도 수많은 노래들이 존재해왔고 탁월한 시인들의 시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조상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개 카톨릭 수도사이면서 대학생이었던 중세 시대 음유시인들은 직접 시를 짓고 바이올린이나 하프, 백파이프, 치터(Zither) 등을 반주로 사랑의 노래나 전원시를 불렀습니다. 여기에 각 지방마다 구전된 민요들은 소박하고 친근한 서정으로 가곡의 발전에 기여하였습니다. 그러나 중세 음유시인들로부터 19세기 낭만주의 예술가곡의 탄생에 이르는 여정은 너무나 길었으며 작곡가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종교적인 노래들과 오페라나 칸타타와 같은 대규모 성악곡에 자신의 재능을 쏟느라 상대적으로 작은 가곡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간간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소박한 반주악기를 동언해 자연과 사랑을 노래하는 독창 노래들이 있긴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오페라 아리아나 기악곡에 몰두했습니다.

 

가곡은 시와 노래의 결합 구조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의 각 절에 같은 음악을 반복하는 '유절가곡(strophic song)'입니다. 시가 계속 바뀌어도 노래가 여전히 반복되는 것은 민요나 대중적인 노래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슈베르트와 슈만 등의 예술가곡에서도 흔한 형식입니다. 이에 반해 어느 부분의 반복 없이 음악이 가사에 따라 바뀌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소재로 작곡하는 것을 '통절가곡(throughcomposed song)'이라고 합니다. 즉 작곡가가 시의 전개에 따라 가사의 뜻에 부합하는 음악을 다르게 작곡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부분적으로 반복 구조를 가지거나 규칙적인 운율이 있는 시에는 유절가곡을, 산문시에 가깝거나 괴테의 발라드 <마왕> 같이 대화체 형식의 시에는 통절가곡을 선택합니다. 즉 시의 형식이 음악의 구조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두 형식의 중간 유형이 있는데 유절가곡의 형식을 하고 있으면서 시에서 특별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중간에 다른 음악적 소재를 도입하는 수정된 유절가곡 형식이 그것입니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를 보면 음악적으로는 각 절마다 유사하지만 2절의 전반부가 1절과는 다르게 단조로 바뀌며, 3절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가사의 '차가운 바람'을 묘사하는 극적인 부분이 삽입됩니다. 유절가곡이든 통절가곡이든 가곡의 형식은 결국 가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연관성을 가진 가사의 가곡들을 한 묶음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을 '연가곡(song cycle, 독일어로는 리더크라이스 Liederkreis)' 이라고 합니다. 연가곡으로 유명한 것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슈먄의 <시인의 사랑>과 <여인의 사랑과 생애>,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 무소르그스키의 <죽음의 노래와 춤> 등이 있습니다. 이들 작품에서도 알 수 있지만 연가곡의 범위는 의외로 넓습니다. 그 이유는 연가곡이라고 해서 늘 일관된 줄거리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시인의 작품만 모아놓은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인의 작품을 하나의 제목 속에 묶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연가곡은 일정한 줄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설이나 연극처럼 일관된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서정성을 함축적으로 그려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어느 정도 비슷한 인상이나 분위기의 곡들로 구성되기는 하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묶인 일련의 가곡집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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